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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9

Lee Do-hee, Freshman MC (2)

5 min read1,137 words

MC를 맡은 우리의 연습은 금방 끝났다.

먼저 파트 배분.

파트를 따로 배분할 필요도 없이 원래도 혼성곡이라 나누어져 있는 남녀 파트.

“그, 도희...야?”

“네?”

“혹시 여자 파트에... 랩 가능... 하세요?”

반말이 어색하면 편하게 존댓말 해 그냥.

나까지 숨 막히잖아.

“이 정도는 저도 하죠. 엄청 쉬워서.”

“역시 그렇...죠?”

나는 웃으며 슬쩍 쳐다봤다.

“저를 너무 무시하시는데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격렬하게 젓는 주승빈.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잘하실 것 같은데. 박자감도 좋으시고...”

농담이잖아.

왜 이렇게 긴장했어.

“저 그냥 농담...”

“아, 아...! 그쵸!?”

주승빈이 머쓱한지 박수를 잔뜩치며 웃었다.

“하,하핳.”

미안, 오늘은 농담도 안 할게.

너무 어색해서 답답해서 해봤어.

“혹시 MBTI, I세요?”

우리 멤버들은 이 정도로 낯을 가리는 사람은 나은 언니 뿐이었는데.

“아니, E긴 한데...!”

그래 그럼 더 놀랍다.

“내가 그 멤버들 중에서도 낯을 좀 많이 가려서... 긴장이 돼서... 응.”

“그쵸. E도 낯 가릴 수 있죠. 저도 E인데 낯가려요.”

“응, 아, 그치.”

“그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냥.”

“어... 응 알았어.”

“그럼 일단 안무 바로 딸까요?”

“...응.”

나는 주승빈을 뒤로하고 유튜브를 켰다.

워낙 유명한 노래다 보니 원곡자의 영상을 볼 필요도 없이 유튜브에 즐비한 깔끔한 화질의 커버 댄스 강의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골랐다.

“이거 보면서 하고. 조금 애매하면 저희가 몇 개만 바꿔봐요.”

“어, 그럴까?”

“네, 네.”

안무들은 워낙 간단해 율동 수준이라 뚝딱이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았다.

그나마 포인트를 주자고 합을 맞추는 안무 몇 개만 맞춰 보는 게 어려운 정도.

“선배님, 저 쳐다보셔야.”

“아, 응!”

동선과 안무를 외워 맞춰는데는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춤은 금방 추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그럼 지금 녹화 할 게요?”

유행 가요 제작진에게 보내주기 위해 카메라를 따로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

ㅡ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ㅡ난 너를 사랑해 언제나 나의 곁에 있는 널!

그렇게 안무 녹화를 마친 뒤.

해방감이 들어 나는 미소를 짓고 주승빈을 바라봤다.

“오, 완벽하게 됐는데요?”

그래도 2시간 정도 합을 맞추며 말을 조금이라도 섞다 보니 어느정도 친밀감이라는 게 생긴 기분이다.

내적으로라도.

“아, 응. 그, 그래.”

얘도 나한테 반말을 쓰는 게 좀 더 편해진 것 같고.

“...요.”

아니구나.

“그 저희 다음에 댄서분들이랑 함께 맞춰 보는 날이 언제였죠?”

“다음 주... 일 걸?”

“그날에 AR 녹음도 같이 하는 걸로 할까요 그럼?”

“그렇게 하...자. 그날도 일로 오시는 거죠?”

댄서들이 여기로 오기로 했는데 그럼 내가 우리 회사에서 하겠니.

“네, 그래야죠.”

생각보다 안무 연습이 일찍 끝나서 다행이다.

더불어 다시 처음처럼 어색해진 공기.

“아, 근데 매니저님들 어디 갔어.”

괜히 웃으며 매니저님을 찾았다.

“그...러게? 어디 가셨지?”

* * *

숙소로 돌아오자.

우아 언니와 치요 언니가 은근하고 놀림스런 미소만을 지으며 현관부터 달라붙었다.

“아, 뭔데.”

벌써부터 귀찮아진다.

나는 둘을 밀어내고 차분히 걸었다.

괜히 빨리 걸으면 극성으로 달라붙어서 신경 안 쓰는 척을 해야한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잡아먹히는 우리 숙소.

“도희 왔어?”

“넹면~”

거실에서 나를 반겨주는 나은 언니.

나은 언니도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땠어~?”

도대체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짜증 나선지 열이 오른다.

땀을 잔뜩 흘린 겉 셔츠를 벗었다.

“어머 어머, 도희야.”

“꺄악~ 이도희 숭해~”

“도도희 발칙한 검니다...!”

진짜 또라이들 아냐.

“들어오지 마 나 옷 갈아입을 거야.”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겉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불도 켜지 않고 문을 잠갔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장난스런 어조들과 문을 툭툭 두드리는 소리.

ㅡ도희야~ 씻고 자야지~ 일단 나와봐~

ㅡ뭐가 그렇게 부끄러운데~

ㅡ문 좀 열어 보련임니다~

밀려오는 피곤함.

‘하... 와서도 피곤하네.’

나는 겉옷을 침대가 있을 곳을 향해 던졌다.

ㅡ퍽

그리고 불을 켰다.

“아, 씨 깜짝아!”

침대에 내던진 셔츠에 맞았는지.

머리에 셔츠를 뒤집어쓴 채로 누워있는 김서윤.

서윤 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막내.”

말투는 너무나도 다정해.

누가 보면 지 방인 줄 알겠다.

“오늘 어땠어~?”

“나가.”

죽겠네 진짜.

* * *

녹음도 하고, 댄서들과 함께 맞춰 보고 의상도 정하며 마침내 MC로서의 첫 생방송 날짜가 됐다.

보통 특집이 있는 한 MC들은 사전 녹화에 참여하질 않았지만, 오늘은 첫 MC 데뷔로 스페셜 무대가 있기에 이른 새벽 일찍 샵을 들리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사실 걱정도 많이 돼서 3시간 4시간밖에 못 잤는데 지금은 일단 설레서 정신은 말짱한 느낌.”

차 안에는 셋.

나, 운전석을 맡은 영호 매니저님 그리고 일일 팬 매니저를 맡아주기로 한 조소영 신인개발팀 매니저 언니.

“도희야, 안 졸려?”

소영 매니저 언니가 비하인드 캠을 들이밀며 물었다.

“조금요? 그래도 괜찮아요, 사전녹화는 익숙해서.”

“이야~ 역시 3년차 연예인~”

“캬~ 멋있다!”

“예스, 내가 바로 베테랑. 내가 바로 걔.”

“멋져 멋져. 그럼 베테랑답게 카메라 보고 또박또박 대본 다시 읽어주세요~”

“그래 도희야, 너 발음 새더라.”

“예...”

왤까.

나를 놀려먹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매니저님들도...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방송국.

스탭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로비 가장 안쪽으로 향하자 ‘MC 이도희, MC 주승빈 대기실’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대기실 같이 쓰는구나.’

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풍선들.

MC를 축하한다며 붙어있는 문구들.

일단 박수를 쳤다.

“우와!”

내심으론 그저 스태프들 고생하셨겠다.

귀찮았겠다 정도지만.

“어, 안녕하세요~”

한편 2차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주승빈이 고개를 까닥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도 지난 녹음 겸 2차 연습 때 조금은 친해져서인가 어색하진 않았다.

스태프들이 나간다면...

또 어색해질 것 같긴 한데.

후.

* * *

‘나는 신이다.’

이도희의 홈마는 생각했다.

팬은 아티스트를 닮는다더니.

어쩌면 본인도 도희를 닮은 건 아닐까 싶은 도희의 홈마였지만.

그래도 ‘나는 신이다’를 반복해 속으로 외쳤다.

평생 단 한 번뿐인 유행가요 도희의 MC 첫 스페셜 무대 사전녹화에 당첨된 기분은 째졌다.

“도희의 동생은?”

“도아예요~ 도희와 4살 터울. 지금은 13살. 얼굴은 모르지만 도희의 말로는 본인을 닮지 않았음에도 나르시스트 도희가 인정한 최고의 귀여움. 물론 팬들 사이엔 닮았을 거란 의견이 팽배. 도아 역시 4대 엔터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받을 정도. 도희를 좋아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츤데레. 도희가 닌텐도를 사다주니 게임만 하고 도희랑 놀아주진 않아서 도희가 슬펐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그래서 도희의 일일 팬매니저, 조소영이 질문한 팬 확인 절차에 TMI로 대답했다.

전부 도희가 버블 혹은 라이브 방송에서 꿍얼꿍얼 거리던 이야기.

“아... 네. 잘 아시네요. 네, 들어가주시면 되세요.”

“네! 처음 뵙는 팬매님 화이팅!”

씩씩하게 안으로 들어선 도희 홈마.

팬이 아님에도 가끔 다른 아이돌을 보기 위해 어디서 당첨권을 구해와 속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본인과는 관련 없는 얘기였다.

“밀지 마세요!”

“줄 지켜주세요!”

확실히 저쪽 에이버스투, 주승빈 쪽의 팬 줄은 꽤 혼잡해 보인다.

‘역시 남돌 팬들이 좀 더 열혈이긴 하네.’

그녀는 생각을 떨쳐내고 응원봉이나 꺼내 들었다.

별이 반짝이는 세이븐 응원봉이었지만, 도희도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은 홈마 뿐만은 아니었는지 도희의 팬들 대부분 모두가 세이븐 응원봉을 다 챙겨 들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전 녹화실로 최종 입장을 하자.

곧이어 차례대로 들어선 MC 둘.

“안녕하세요, 아일~”

“안녕하세요~ 음... 샤베뉴?”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이 녹화장 안에 울려 퍼졌다.

각기 다른 팬덤이 합쳐진 사전녹화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래도 가벼운 잡담은 있었다.

“잠은 잤어요? 피곤하겠다.”

“전혀!”

“아니야 안 피곤해!”

“사실 피곤해!”

그리고 팬덤 구분 없이 다 같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두 MC 모두 미성년자 애들이다 보니 귀엽게 봐주는 경향이 있었다.

“저희요? 그, 친해요. 그쵸 선배님?”

“네, 네...”

실제로 감출 수 없는 둘의 어색함이 웃기기도 했고.

“사실... 아직 친해지는 단계예요.”

“네, 네...”

“외향형이라고 하셨는데 거짓말 같아요.”

“네, 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도희의 코디가 의상이 너무.

‘그렇지 않아도 내 스타일인데 그런 식으로 웃기까지 하다니... 아주 사람을 잡을 셈이야!?’

도희의 오늘 코디는 누가봐도 바다.

세이븐 활동 때도 보지 못한 세일러 스타일.

‘성가신 오타쿠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연한 사고로 뽀뽀 한 번만 해주고 싶어...’

하이 포니테일.

연 핑크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일체형 세일러 레이스 원피스.

흰 양말에 검은색 단화까지.

전형적인 세일러는 아니지만.

오히려 과하지 않고 청량했다.

‘하, 어떡해 오랜만에 보니까 더욱 미친 귀여움이야... 내 어휘능력으론 크윽 소리 지르는 것 말곤 표현할 수 없어...’

홈마는 오랜 경력다운 주접을 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PD의 말과 함께.

“자, 스탠바이 들어갈게요.”

초보 MC들은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익숙한 전주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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